2004년 7월 1일 목요일

실컷 놀아야 공부도 힘껏 해



[중앙일보 이지영 기자] 요즘 어린이들이 집단 따돌림 같은 공격적인 성향을 많이 보이는 원인 중에는 조기 인지교육으로 인한 지나친 경쟁심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어린시절 지나치게 틀 속에 얽매이면 자율성이 박탈되고 이로 인한 불만이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중략) 연세대 의대 교수 신의진 올림 조기교육에 찌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유아교육.소아정신과 교수 등 관련 전문가가 부모에게 매일 띄우는 사이버 편지가 작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인터넷 사이트 아아세상(아름다운 아이 아름다운 세상.www.aaworld.org)에서는 매일 아침 회원에게 메일을 보낸다.

집필진은 아아세상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화여대 이기숙(유아교육과)교수, 연세대 신의진(소아정신과)교수, 동덕여대 우남희(아동학과)교수를 비롯한 어린이 관련 분야 전문가 40여명. 메일을 받고 있는 회원 수는 현재 15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보내는 편지는 조기교육 열풍 속에서 불안해 하는 부모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서울여대 문미옥(유아교육과)교수가 쓴 실컷 논 아이가 실컷 공부도 한다는 제목의 메일에는실컷 놀아야 나중에 공부도 힘껏 한다.

초반에 힘 빼면 나중에 지친다.

처음에 못하고 점점 잘해야 탄력받아 잘하게 된다.

처음에 치맛바람으로 1등하면 점차 석차가 떨어져 초조하고 자신감을 잃는다고 적고 있다.

집필진은 솔직한 경험담을 실어 교훈을 전하기도 한다.

우교수는 초보 엄마라는 글에서 "아침에 학교 가기 전, 급히 숙제검사를 해달라고 공책을 들고 온 아들 앞에서 나는 글씨가 이게 뭐냐고 공책을 쫙쫙 찢어버렸다.

국어책을 20번씩 써오라는 숙제에 아이는 전날 밤 졸음을 참아가며 겨우겨우 공책을 메웠지만 글씨에 만족하지 못한 나는 학교에 늦는다고 울고불고하는 아이를 기어코 다시 쓰게 한 뒤 학교에 보냈다"고 고백했다.

우 교수는 "만일 3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눈이 있었고 아이의 발달단계를 제대로 알았다면 나는 그렇게도 비정한 엄마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모의 조급증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전했다.

아아세상은 하루 한번 이상 하하하 큰 웃음소리를 내보자는 캠페인도 하고 있다.

18일부터는 영어 조기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원주.대전.창원 등에서 순회강연도 펼쳤다.

우 교수는 "상업화돼 버린 조기교육을 막을 수 있도록 광고 모니터링 등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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