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5일 금요일

책을 주운 여우

여우가 길을 가다가 우연히 책을 한 권 주웠어요.
여우는 이리저리 책을 들여다보면서 좋을 꾀를 떠올렸지요.
책을 들고 여우는 먼저 고양이에게로 갔어요.
"고양이야. 너 내 말에 고분고분 따라야 해!"
"어째서 그래야 하지?" 고양이가 귀를 쫑긋하며 물었어요.
"이 책 30쪽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까. 여우의 말을 언제나 옳으므로, 여우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고양이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자 봐, 그렇게 적혀 있지? 이 책은 아주 훌륭한 사람이 쓴 책이야."
고양이는 글씨를 읽을 줄 몰랐기 때문에 여우의 말이 옳겠거니 생각했어요.
여우는 이번에는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닭한테 갔어요.
"닭아, 너는 내 먹이가 될 때가 가장 행복한 거야."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어?" 닭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지요.
"이 책 125쪽에 여우는 가장 훌륭한 동물이니 여우한테 잡아먹히는 닭들은 모두 천국에 갈 것이다. 이렇게 쓰여 있어. 의심스러우면 내려와서 읽어 봐. 이 책은 사람들한테 가장 존경받는 학자가 쓴 책이야."
그 말을 듣고 닭은 여우의 말이 옳은가 보다 생각했어요.
여우는 개한테도 가서 말했어요.
"개야, 너는 내가 닭을 잡아먹어도 짖어선 안돼."
"그게 무슨 헛소리야?" 개가 으르렁댔어요.
"이 책 230쪽에 그렇게 적혀 있잖아. 여우가 하는 일은 모두 옳으니 여우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 개는 지옥에 갈 것이다. 이 책은 공부를 많이 한 분이 쓴 책이야."
그러나 글씨를 읽을 줄 모르는 개는 아무 말도 못했어요.
그 날 저녁, 여우는 닭을 잡아먹으러 농장에 갔어요.
고양이는 여우의 말에 복종해서 고분고분 농장 문을 열어 주었고, 닭은 여우한테 잡혀가면서도 끽소리도 내지 않았어요. 그리고 개는 닭이 물려 가는 것을 보고도 짖지 않았지요.
훌륭한 분이 지은 책에 그렇게 하라고 적혀 있다니, 모두들 그게 옳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여우가 주운 책은 여우를 사냥하는 법이라는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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