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31일 화요일

[육아정보] 조기교육 언제가 적당할까

엄마는 불안하고 … 아이는 힘들고


서울 M유치원 은방울반의 다섯살 성민이가 받고 있는 특기교육은 한글·과학·축구·산수학습지 등 8개나 된다. 유치원은 낮 12시에 끝나지만 점심을 먹은 뒤 한글과 과학 학원에 다녀오면 오후 5시가 훌쩍 넘는다. 성민이가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이화여대 이기숙 교수팀이 최근 전국의 부모 215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7세 자녀에게 특기를 가르치는 경우가 86%나 됐다. 이 중 2개 이상을 배우는 아동은 71.2%였고 심지어 10개 이상을 배우는 아이도 8명이나 됐다. 이 교수는 "유행에 떠밀려 마구잡이로 일찍부터 아이들을 학원 등으로 내모는 부모가 많다"면서 "조기교육은 아이의 발달과정과 특성을 고려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빨리, 많은 것을 가르친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 발달단계에 맞춰야=아이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는 상태에서 이것저것 배우게 하면 스트레스만 받고 흥미를 잃는다. 아이의 신체적.심리적 발달에 맞춘 적기교육이 중요하다.

김만권 연우심리연구소장은 "아이들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을 강요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때에 따라 뇌의 신경 발달에 장애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ㄱ.ㄴ.ㄷ.ㄹ부터 시작하는 문자 교육은 5~6세가 적당하다. 만 2~3세는 문자보다 직접 사물을 보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접하게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글자를 너무 일찍 깨치면 아이가 글자에만 매달려 사물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글자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는 한글을 완전히 익힌 다음에 배우는 것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유치원 등을 다녔던 종수(8)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초등학교를 휴학했다. 전문 기관에서 진단해본 종수의 우리말 실력은 5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 학습지 대신 물건을 이용하라=미국아동학회는 6세 이전의 유아에게는 학습지나 시험지.색칠공부 등 구체적인 조작이 없는 학습활동은 맞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사물을 통해 개념을 파악한 뒤에야 추상적인 부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수를 가르칠 때도 생활 속에서 짝짓기 놀이나 도형 맞추기 등을 하면서 수와 도형의 개념을 익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셈과 뺄셈의 경우 '5-3=2'라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사탕 등을 이용해 '사탕 5개 중에서 3개를 빼면 몇개가 남지'라는 식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

◆ 또래와 어울리게 해야=아이에게 카드나 그림을 보여주거나 비디오 등을 보게 하는 수동적인 교육은 상호작용이 없어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영어비디오를 오랜 시간 동안 틀어주면 아이가 주변의 사람과 대화를 거부하고 혼자만 노는 등 '유아 비디오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이기숙 교수는 "초등학교 등에서 발생하는 '왕따'도 어린 시절 또래와 어울리는 법을 익히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애란 기자


*** 예체능 조기교육 언제부터

◆ 음악

▶피아노=만 5~6세 이후. 손의 섬세한 근육들은 5세가 넘어야 발달한다.

▶플루트.클라리넷=9~10세 정도. 어느 정도 폐활량이 갖춰져야 한다.

▶바이올린=만 3세 이후. 현을 누를 수 있을 정도의 손가락 힘이 필요하다.

◆ 운동

▶태권도.합기도.검도=초등학교 2학년. 특히 격투기는 격렬한 동작이 많아 너무 일찍 시작하면 골절 등의 위험이 있다.

▶수영=만 4~5세. 심폐기능과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발레=만 7세 이후. 너무 어려서 시작하면 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 미술

▶그림 그리기=묘사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만 7세 이후가 적당하다.


*** '과잉학습장애'를 아시나요

지나친 조기교육은 병을 낳기도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준희(가명)는 책을 읽을 수는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동화책을 읽히고 그 내용이 뭐냐고 물어보면 당황하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준희는 만 네살 때 한글을 깨쳤다. 부모는 영재가 아닌가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규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다. 준희는 대표적인 '과잉학습장애'의 예다. 성장과정을 무시하고 너무 일찍 많은 공부를 시키다 보니 나온 증상이다.

김만권 연우심리연구소장은 "이런 아이들은 놀이치료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하고, 부모도 개인 상담을 받고 아이 공부에 대한 집착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조기교육을 위해 엄마가 할 일

1. 자율적인 아이로 키운다=엄마가 아이의 행동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좋지 않다. 매사에'엄마, 나 어떻게 해'라고 묻는 아이가 되지 않게 하자.



2. 생활 속에서 다양한 교육적 자극을 준다=모든 상황이 교육적 자극이 되도록 아이에게 '왜'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자.



3. 엄마가 먼저 배운다=아이가 배우는 것에 흥미가 없어 할 때 엄마가 먼저 배워 가르치자. 엄마가 가르치면 교육효과도 높고, 엄마도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 일석이조.



4. 이색 프로그램을 찾는다=피아노.바이올린이 아닌 단소.대금 등 전통악기도 좋은 음악 교육 도구다. 색다른 경험이 아이의 흥미를 돋울 수 있다.



5. 자녀교육 전략을 갖는다=먼저 우리 아이를 어떻게, 어떤 아이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신념을 갖자.



6. 올바른 언어로 가르친다=아이들 쓰는 말로 대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언어는 사고의 도구이므로 바른 언어를 사용해 말을 걸도록 하자.



7. 전공한 선생님에게 배우게 한다=교육기관에 아이를 맡길 때는 선생님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되도록 각 분야를 전공한 선생님, 교육학에 대한 이해가 깊은 선생님이 좋다.

*도움말=이기숙 이화여대 교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