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 화요일

쉬운 세상 어렵게 살기..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인으로 자라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나..
영어가 밥먹여준적 한번도 없고, 영어로 돈 벌어본적 한번도 없지만..
그냥.. 영어를 정말 잘하고 싶어서... 정말 원어민처럼 잘하고 싶어서.. 영어공부를 한다.
덕분에 한국영화도 보지 못한다.
읽고 싶은 소설책도 읽지 못한다.
듣고 싶은 가요도 듣지 못한다.
그냥, 이해가 되건, 안되건, 자막없는 드라마와 영어를 보고
매일 배달되는, 알고 싶지도 않는 내용으로 가득찬 영자 신문들을 사전과 씨름하며 읽어야 하고
귀가 아프도록 뉴스 소리를 귀에 꼽고 다닌다.
단지... 영어 한번 잘해보고 싶어서...


돈안되고, 돈들어가고, 힘들고, 피곤하고, 시간 무지하게 잡아먹는 골프..
프로처럼 한번 잘 쳐보고 싶어서 오늘도 이를 악물고 빈스윙과 지루한 퍼팅을 한다.
연습장이랑, 골프장 왔다갔다 하느라 시간축내고,
장타 한번 쳐볼라고 매일 매일 스트래칭...
스윙이 어색하면 클럽 문제인가 하고, ebay를 눈이빠져라 검색하고..
잘쳤다고 누가 칭찬해주는것도 아니고, 핸디 줄었다고,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단지... 골프 한번 잘쳐보고 싶어서..


아무 사진기로 똑딱똑딱 그냥 찍기만 해도 추억이 간직되는 사진..
slrclub의 오늘의 사진으로 올라오는 사진처럼 찍어보려고, 별고생을 다한다.
불꽃사진도 잘찍고 싶고, 야경도 사진도 쨍하게 찍고 싶고, 예쁜 아내를 더 예쁘게 찍고 싶고, 귀엽고 예쁜 아이들을 천사처럼 찍고 싶고.. 광활한 자연을 더욱 가슴벅차오르게 찍고 싶고..
틈만 나면 사진기를 들이대고, 컴퓨터로 확인하고, 전문가들의 사진을 보고 허탈해하고, 비법을 알기 위해서, 수천페이지의 인터넷 페이지를 검색하고, 후보정을 배워볼까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포토샵이 새버전이 나올때마다 반드시 컴퓨터 기본 프로그램으로 깔아두고..
그냥 눈에 보이는데로 찰칵 찰칵 찍으면 될거를...
언제나 이런 저련 생각과 정보로 가득 가득 채워나간다...
단지... 예술 사진 한번 찍고 싶어서...


살고 있는곳에 만족하고,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행복하면 될것을...
빛지고 도망가는 사람마냥,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문화들..
조금만 익숙해지면, 어색해하고, 불편해하고, 지루해하고..
새로운곳에 익숙해질때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스러움을 당하는것을 뻔히알면서도..
그냥 그냥.. 편하게 그자리에 머무르면 될것을..
단지... 세상이 너무 너무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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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장소.. 내가 배운 언어.. 내가 아는 사람들.. 내게 익숙한 것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쉽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왜 이렇게 힘들게만 살려고 하는걸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아직은.. 이렇게 사는게 내가 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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